어렸을 적부터 내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뭐든 다 해왔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해서 유학을 왔고(학교는 내 선택이 아니었을망정-_-;;)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기타를 배웠고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서 일본어를 배우고 불어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불어를 배우고(지금은 관뒀지만)......심지어는, 공부에 지대하게 방해가 되는 소설쓰기마저도 내가 하고 싶다고 하니까 부모님은 허락해주셨다. 블로그는 반대하시지만(..) 아무튼, 덕분에 부모님의 반대가 거의 없이 순조롭게 이어오는 상황. 내가 안 쓰는 것 뿐(..)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있다보니, 난 내가 원하는 걸 하지 못한다는 그 일이 약간의 쇼크였다.
용인외고에 합격을 했는데, 독일어과라서 가지 못했을 때의 그 쇼크도 그렇지만.
이 학교, Ravenswood에 와서, 라틴어라든가 독어라든가 불어를 듣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그 쇼크가 더 컸다.

대학을 가기 위해서 내신을 쌓야아한다는 것,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점수가 잘 나온 일본어 밖에 내게 선택지가 남아있지 않다는 것. 이제 더 이상은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실수를 하는 게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할 시간이 없어서 하고 싶은 걸 못한다는 것. 그런 게 모두 낯설었다.


이제 내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드럼도 배워보고 싶고, 그림 그리는 것도 배워보고 싶고, 노래도 미치도록 한번 불러봤으면 좋겠고, 독어 불어 라틴어를 배워보고 싶고, 머리도 짧게 잘라보고 싶고, 친구들과 하루종일 놀다가 지쳐 쓰러져보고도 싶고(..)......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대학에 가고 대학원에 가고 취직하면 하지 못할 것들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내가 목표하는 대학에, 대학원에 들어간다면 더더욱이나 그렇겠지. 아니, 당장 내년부터도 IB를 시작하기 때문에, 올해가 아니면 다 못할 것들이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이 시간은 지나가버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걸 알면서도 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실천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안타까워만 할 뿐이다. 그림, 노래, 독어, 불어, 라틴어. 이것들은 물론 당장 실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드럼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학교에 아마 레슨이 있으리라 보고, 원한다면 작년에 다녔던 학교에서 했어도 됐는데......그런데 왜 난 이렇게 한탄만 하고 있는 거지......




지금까지 내가 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던 부모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현재 내 나이 또래의, 한국에 있는 다른 애들의 상황을 보면, 내가 미치도록 운이 좋았던 거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반대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할 수 있었다는 게 어디냐구.

그런 의미에서, 자 이제 컴퓨터 끄고 공부하자 나(..)
1 ··· 5 6 7 8 9 10 11 

글 보관함

카운터

Total : 26,424 / Today : 0 / Yesterday : 0
get rss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