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Work Experience를 실시한다. 우리나라 말로 직역하자면, '직장경험' 정도 되는 걸텐데. 평소 자신이 관심이 있던 거라거나, 장래에 하고 싶은 직업 하나를 택해서 그 직업에서 뭘 하는 건가 경험이라는 걸 한번 해보는 거다. 원래는 2주일 동안이라는데, 어쩐 일인지 최근에는 1주일로 줄어든 듯. 뭐라고 해도, Work Experience 같은 게 없던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올해 막 건너온 내가 알 도리는 없지만.

1주일 동안 배울 게 뭐가 있어? 차라리 슈퍼마켓 가서 Cashier(계산대 직원)노릇이나 하면서 돈 세는 게 더 현실적이지. 라고 말하신, 우리 하숙집 아저씨*^^*의 발언 같은 건 싹 잊어버리고.(1주일동안 배울 게 없으니 돈 세는 법이나 배우는 게 현실적이라는 건지, 아니면 내가 슈퍼마켓 계산대 직원이 될 게 더 현실적이라는 건지 알 수가 없고 그래서 더 기분나쁘지만서도^^)

결국 내가 잡은 곳은 AMP Investment Management Company. 하숙집 아저씨 아줌마의 딸, 그러니까 내게는 Homestay Sister 정도가 되는 언니가 일하고 있는 곳이다. (여담으로, 난 Homestay father, Homestay mother 그리고 Homestay sister 같은 말을 상당히 싫어하는 편이다. 나한테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한분씩 밖에 없단 말이지)

물론 연줄로 잡았다지만(..) Investment Banker(투자은행가)가 되는 게 꿈인 나한테 잘 맞는 곳이기도 하고, 호주에 온지 10주가 다 되었건만 학교에서 유대인 박물관 견학 갔던 것 제외하고는 한번도 가보지를 않았던 시드니 시티에 갈 기회이기도 하니 뭐 나야 오키도키. 좋아 간 김에 8 Mile DVD를 사주겠어. 쓸데없는 데에 돈 쓰지 말라고 하셨던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나서 좀 그렇기도 하지만......맹세코 이것만 사고 다른 건 안 살게요, 정말로;;

사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건 작가, 특히 소설가이지만, 소설가는 먹고 살기가 참 힘들다. 그래서 일단 돈 많이 버는 투자은행가가 되고 싶은 거랄까. 무엇보다 소설가는 직장경험(..) 따위 받아주지도 않을 것 같고 말이지.

이제 문제는 두가지인데. 첫번째는 대체 한번도 가보지를 않은 그 회사에 내가 무슨 수로 찾아가느냐, 고(하숙집 아저씨/아줌마가 데려다주시면 되는 거 아냐? 하는 당신, 우리 하숙집 아줌마/아저씨는 내가 아파 죽으려 그래도 학교까지 안 데려다주시는 분들입니다^^ 전철역까지만 태워주고 땡. 이번에도 전철 타고 가라시네요^^......역에서 내린 다음에는 어떻게 찾아가라고 아 나ㄱ-) 뭐 이건 내일 교회에서 언니를 만나 어떻게든 해보자. 역에서 내린 다음 이렇게 찾아오면 된다고 약도를 준다거나 언니가 온다거나 하겠지.

둘째는 바로 옷차림이다.


대체 뭘 입고 가야하는 거야.



회사에서 보내준 요구조건은 간단했다. Casual Work Attire. 캐쥬얼. 네 캐쥬얼이랍니다. 학생이니 정장 suit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겠지만. 아무튼 캐쥬얼이래요. 네 참 쉽네 아하하하하하.

문제는, 초등학교든 동물병원이든 악기샵이든 투자신탁회사든 하나같이 하는 말이 다 저놈의 캐쥬얼이라는 거다.

장난쳐 지금? 악기샵(기타 드럼 등등을 파는 곳이겠지. 락뮤직에 미친-_-;; 애가 가는 곳이니만큼;)이랑 초등학교랑 투자신탁회사랑 하나같이 다 캐쥬얼이라니, 도대체 당신들의 그 '캐쥬얼'의 개념은 뭡니까 예? 캐쥬얼? 그래 캐쥬얼 좋다. 카고바지에 REBEL이 쓰이고 등에는 해골이 이따시만하게 그려진 셔츠 입고 가주마 이런 니미럴. 애들에게 물어보자 하나같이 다 캐쥬얼 입고 오라고 대답했다면서, 이제는 캐쥬얼이라는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는 태도더라-_-

문제는 또 한가지 있다. 그래 캐쥬얼을 내가 적당적당히 해석해서 입고 간다 치더라도,

나한테 있는 옷은 하나같이 다 해골이 그려진 것 뿐이지 말입니다ㄱ-


해골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오히려 싫어하는 측인데, 어쩌다보니 내 옷장에는 해골이 그려진, Goth나 Emo로 오해받기 딱 좋은 옷들만 산적해있었다. 그래, 그래도 신발을 그걸로  안 산 게 어디야. 무지막지하게 땡기는 게 하나 있었지만.(좋은 게 아니다) 나중에 자주 입는 옷 콤비라도 찍어 올릴까.ㄱ- 그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결코 회사에 입고나갈 옷들은 못된다(..)

바지도 마찬가지로 문제라서, 면바지는 하나도 없고 있는 거라곤 위에서 말한 카고바지+딱 달라붙는 청바지+힙합(..) 바지+골덴바지 비스무리한, 그나마 가장 formal 한 것 정도 뿐이란 말이다. 자켓은 그래도 두벌 정도 있는 것 같군. 잘하면 등에만 해골이 그려진, 앞부분은 꽤나(..) 정상적인 셔츠처럼 보여지는 걸 입고 가도 되겠다. 쪄죽는 한이 있어도 자켓 벗을까보냐 젠장.

아니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암담해지네OTL

캐쥬얼이긴 하구나. 오지게 캐쥬얼이다. 근데 캐쥬얼이라고 이런 거 입고 나가면 난 하루만에 쫓겨날겨.(..)

결국 내일 그나마 가장 포멀하다(..) 생각되는 걸로 입고 나가서 언니에게 물어보기로 결정. 대충 이런 거로 입으면 되요?ㅇㅁㅇ 라고. 안되면 그보다 더 포멀한 거로 월요일날 입고 나간 다음에,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옷 쇼핑이라도 해야지ㄱ-

내가 셔츠만 해결되도 이러지는 않을 거다. 작년에 다녔던 학교 교복 셔츠들이 하나같이 다 평상복으로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와이셔츠들이라서 꽤 좋았는데, 이번에 오면서 죄 놓고 왔다 이런 젠장ㄱ- 이번 학교 교복은 다 뷁끼스럽고......물론 와이셔츠 따위 내게는 존재하지도 않는다ㄱ-



역시 그냥 교복 입고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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