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눈은 파랬다. 머리는 금발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더티 블론드였다. 더할나위없이 그 녀석에게 어울리는, 그런 색이었다.

녀석은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피아노치는 것 역시 좋아했다. 녀석은 노래부르는 것보다 피아노치는 걸 더 좋아했고, 난 녀석의 피아노 연주보다는 그 노래를 듣는 것을 더 좋아했다. 둘다 같은 수준으로 대단한 거라면, 녀석의 목소리를 듣는 편이 좋았다.

마셔버리고 싶은 목소리. 녀석의 목소리는, 그런 것이었다.


5살 이후 내 주위에 존재하던 굳어버린 표정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던 그 녀석.

남들이 날 울게 할 때 내 손을 잡고 웃게 할 수 있던 녀석.

언제나 차갑게 불리던 내 이름을 너무도 따뜻하게 불러주던 그 녀석.

그들이 기쁘기 위해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던 이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내 기분을 신경써주던, 내가 내 기분을 위해 그 녀석의 기분을 망쳐도 신경조차 쓰지 않던 녀석.


모든 것이 단단해 미칠 것만 같던 그 세계, 내 눈앞에서 산산이 깨어지듯 부서져버린 녀석.




어두워 미칠 것만 같다고 생각했을 때

녀석의 존재는 내게 유일한 빛이었고

그 빛을 잡으려고 했을 때

난 그것이 환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환영이라도 내 속에 품으려고 했을 때

내 어둠은 그 환영을 삼켜버렸었다.




그러니 이해해주겠지, 너도.

너가 사라진 지금 이 어둠속에 잠겨 그저 미약한 저항만을 하고 있는 이 나를,

또다른 빛을 찾으려하지 않는 이 나를,

너라면, 이해해주겠지.


내게 있어 '빛'은 너밖에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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